그림 속의 섬은 대륙에 부속되어 있거나 고립된 곳이 아니며, 대륙과 무리하게 대등함을 주장하는 상대적 위치의 병치된 객체도 아니다. 작가에게 섬은 경험적인 일상의 조각들이 가지는 서사의 관계는 물론 그로부터 문득 깨닫게 되는 직관적인 것들까지도 기제로 삼기 위한 은유의 장치이다. 보다 명백함을 가지는 서술의 방법은, 서로 정확히 알고 있는 사실 즉 동의를 획득한 정당함을 전달하는 데 있어서는 용이하지만 어렴풋한 비밀의 문을 넘기에는 제한적인 확신의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작가는 섬을 물에 의해 경계 지어진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해면 아래 뿌리로 이어진 대륙의 가지로 바라본다. 세상이 갖고 있는 fantasy는 현실을 넘어선 상상의 세계에도 있지만, 사실의 조각들 사이의 연관 관계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찾게 될 때에도 모습을 드러내는데, 작가는 그림 속에서 이러한 내밀한 것을 미묘하고도 암시적인 소통으로 나누고 자신의 그림 속에서 새로운 해석의 여지로서의 fantasy를 엮어가기 위해 추상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김지영의 그림 속 섬은 끊임없이 바라보고 또 되돌아본다. 그 시선은 대륙을 향하는가 하면 자기 자신을 응시하기도 하고, 일상에서 가지는 경험을 간접적으로 대변하는 바람, 별, 오로라를 포용하는가 하면 때로는 좀 더 추상화된 종이처럼 얇고 약한 꽃잎 같은 이미지를 바라보기도 한다. 이로써 김지영은 작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은유로서 표현된 섬을 통해 관람자에게 일반적인 것에 관한 명철한 공유를 구하는데, 그것은 대단하거나 확신에 찬 의지로써 명백함을 보여주지 않음에도 사실의 조각을 그럴만한 연관관계를 지어주는 것이어서, 비록 그 제시가 어스름한데도 불구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이렇듯 암시적인 만큼이나 시적이고 서정적인 채취가 짙게 묻어나는 김지영의 그림과 그 안에서 섬이 가지는 내재적인 의미에 관하여는 김지영의 2008년 개인전 Home Away From Home* 에서 충분히 검토되었다. 최근작에서 김지영은 작가 자신과 우리를 은유로써 내재화하는 섬이 바라보는(혹은 섬을 바라보는) 시선을 보다 우아하고 달콤하게 다루고 있다. 작가의 방법은 대륙과 마주하는 섬이 가지는 물리적 거리를 전작에 비해 보다 근접시키거나, 뒤집힌 섬에 의한 시점의 전이, 그리고 섬을 둘러싼 공간에 가득한 별, 혹은 그 위를 가로지르는 바람의 더욱 적극적인 개입의 시도 등이다.
이번 전시 Almost There: Floral Fantasia 에서 김지영의 그림 속 섬으로의 여정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이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김지영의 그림 속에서 오로라를 바라보는 그린란드는 차갑게 얼어붙은 섬이 아니라 꽃이 가득한 파스텔색조 봄의 향기를 기억하는 그런 곳이다. <옆집갤러리>
*김지영의 그림은 암시적인 만큼이나 시적이고 서정적인 채취가 짙게 묻어나오는 화면을 통해 인간의 부조리 의식을 감각적으로 전달해준다. 즉 고독을 향유하면서 두려워하는, 소외를 통해 자기를 보존하면서 불안의식을 내재화하는 너무나 인간적인 속성인 이율배반성을 되돌아보게 한다. - 2008년 김지영개인전 Home Away From Home 전시서문(글: 고충환)에서 -
**김지영 작가는 이화여대와 미국 클레어몬트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하였으며 이번 전시는 작가의 다섯 번째 개인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