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phorical Playfulness : Minjeong Kim  & Danim Kwon 은유의 놀이 : 권다님, 김민정 2인전

04/22 - 05/10/2009
  Opening reception:  Friday, April 24, 5-8 pm
                                                                                                                                                                            
 

   


예술가는 많은 시간을 사회와 떨어져 있게 된다. 전시의 목적이 사람들에게 작업을 내어 보이는 것이라면, 예술가는 소통을 위한 준비를 위해 작업실에서 많은 시간을 홀로 보내고 있는 것이다.  

김민정은 자신의 가장 가까운 곳으로부터 작업의 출발을 하고 있는데, 그 방법의 중심에는 ‘의인화된 은유’가 있다. 2005년 이래로 보이는 <숨쉬는 벽>, <숨쉬는 문> 시리즈는  공간에 대한 관심을 다루고 있다. 공간의 경계를 짓는 벽과 또 그 연결의 통로가 되는 문에 호흡을 불어 넣어 의인화하는 것은 작가가 갖고 있는, 타인과의 소통을 위한 관심의 변이라 보인다. 자신의 숨소리를 담아 생명성을 부여한 전시장의 영상은 의인화된 은유로서의 작가의 분신이 되어 실제의 전시장과 오버랩 된다.
    반복해서 들려오는 숨소리와 움직이는 텅 빈 공간에 주목하게 하여, 너(초대된 자, 타인)와 내(작가)가 한 공간에 있으니 우리는 상호 관계를 가지게 된 것이 아니냐고 묻는 김민정의 다정한 물음은, 관람자에게 ‘작가가 은유한 의인화된 공간’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사회적 실재감을 경험하게 한다.  
    <타임트랙, 2006>과 <유연한 정물, 2007>에서 작가는 타인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데, 작업에 등장하는 책, 전화기, 사전 등의 오브제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묘사를 통해서이다. <숨쉬는 벽>, <숨쉬는 문> 시리즈에서의 작가와 관람객의 동일시는, 1인칭 시점이 가지는 제한된 설정의 방법으로 작가 자신을 대신하는 공간과 동일시되기를 유도한 관객의 입장에 엄격함에 이르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것은 관조적 입장에서의 권유의 단계이기 때문이다. <타임트랙>과 <유연한 정물>은 타인을 대신하는 의인화된 오브제를 몇 가지 사물로써 서술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이것은 3인칭 시점에서의 객관화를 구하여 보다 밀접한 관계 속에서의 동일시를 모색하기 위한 적극적인 확장의 방법이다.
    2008년의 <유연한 방>에 이르러 작가는 숨쉬는 문(현실, 현재 속해 있는 공간을 대신하는)의 영상과 특정 기억을 연상하게 하는 외부공간의 영상을 각각 2개의 모니터를 통해 함께 보여줌으로써 자신과 타인에게 동일하게 있음직한 경험을 연상하게 한다. 김민정은 자신의 작업을 통해 작가로서 가지고 있는 개인적 관심과 타인에 대한 관계성에 몰두하여, 보다 관념적이고도 사회적인 것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부산시립미술관의 김준기는 의제 허백련의 “삶과 예술은 경쟁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빌려 적절한 평을 하였다.
    자신을 대변하는 공간으로부터 출발하여 오브제를 통한 타인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하고,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기억으로 심화되었던 김민정의 작업과정은 2009년 금호미술관에서 전시된 <유연한 방>과 <아름다운 뉘우스>에서 한 작품 속에서 어우러지며 결합된 형태의 모습을 보여준다.  김민정의 작업은 3채널 비디오 방식의 유연함과 같이 보다 원숙함의 작업세계로 다가가고 있다.

권다님의 작업은 놀이에 몰두하여 자신이 만들어 놓은 상상력의 풍경 속에서 즐거워하는 어린 아이의 모습과 닮아 있다. 매체의 발달은 정보 전달을 위해 무수히 많은 이미지와 정보를 쏟아내며 오히려 소통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넘쳐나는 이미지는 소통을 위한 것이라며 자신의 정보를 강요하는 가운데 간접경험의 소화불량을 가져오고 결국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게 하는 관심의 부재를 가져오고 있다.
    이에 반해 권다님의 작업은 소통을 위해 정보를 제시하기보다는 자신에 대한 관심으로 향하고 있다. 그것은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회피이거나 소통의 단절이기보다는 끊임없이 자신을 위로하고 만족시켜줄 대상을 찾는, 놀이를 하고 있는 어린 아이의 자기대상(self object) 심리와 닮아 있다.
    작가의 방법은 패턴에 대한 주목이다. 권다님은 패턴을 통한 은유로써 마치 인형의 옷을 갈아입히듯 풍경 속에 패턴을 그려 넣는다. 아니, 풍경에 옷을 입히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어린 아이들은 자신이 읽은 동화(童話)에서 가지게 된 기억과 경험을 놀이를 통해 자신의 풍경으로 만들어 간다. 그렇게 만들어진 풍경에는 정보 전달을 위한 의무와 자신의 이익을 위한 이데올로기의 강요가 있을 수 없다. 그곳에는 오직 상상력을 통한 즐거움만이 소통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권다님은 패턴을 가지고 자신의 기억과 생각(<터널, 2008>과 <시끄러운 승리, 2008>에서)을 그리고 즐거운 세상(<Warm Court, 2008>에서)을 재치 있게 만들어 가고 있다. 권다님의 작업은 동화(童話) 속 기억에 대한 내재화된 동화(同化)이다. <옆집갤러리>


*권다님 작가는 이화여대에서 회화를 전공하였으며 2008년 첫 개인전을 가졌다. / *김민정 작가는 홍익대학교에서 조소를 전공하였으며, 금호미술관 등에서 3번의 개인전을 가졌다. 2007-8년 고양미술창작 스튜디오 입주 작가였으며 2008년 금호 영아티스트로 선정되었다. 

Writer profile
Next Door Gallery 옆집갤러리

갤러리 / 현대미술/ 서울시 종로구 창성동/ 미술품 전시 및 판매
2009/03/31 12:46 2009/03/31 1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