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eyoung Min  민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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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ith Light, but Without Exit - 작가노트

    어느 늦은 저녁, 빛이 새어 나오는 틈의 모습이 어두운 내 방 벽면에 예고 없이 나타난다. 이내 사라졌다가 다시 바닥으로부터 빠르게 스며들어 방의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는다. 벽면의 경사진 선들이 교차되는 모서리에 가늘고 긴 틈을 만들고는 부드럽게 빛을 발산하기 시작한다. 또다시 그 빛은 유리창과 거울에 반사되어 천장의 귀퉁이에, 닫힌 방문의 표면에, 살짝 열린 수납장의 문짝에 굴절되어 그 틈의 모습은 꺾이고, 접히고, 좁아지고, 펼쳐져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이는 분명 마주한 외부 건물에서 흘러나온 빛과 지나가는 차들의 전조등이 내부 공간으로 투영되면서 만들어지는 현상이다. 그러나 환영처럼 소란스런 외부 세계로부터 고립된 듯 느껴지는 어느 날 밤에 반사된 빛은 작은 내 방안에 깊은 통로를 만들어 주고, 따라 들어오라 조용히 유혹하는 듯하다.

    <좁은 통로>, <With Light, but Without Exit-빛은 있으나 출구는 없다>, <어느 저녁 날의 투명한 벽>, <접힌 공간> 등의 제목에서 느껴지듯, 나의 작업은 물리적 공간과 보이지 않는 심리적 공간이 더해져 시작된다. 작품 속의 공간의 이미지들은 반복적이고, 여러 층으로 겹쳐 나타난다. 미로처럼 반복되고 연결되어 있어 혼란스럽지만,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빛이 있어 어둡지는 않다. 그 내부에는 외부로 통하는 듯이 보이는 창과 통로가 있으나, 정확한 출구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눈에 보이는 공간이 전부가 아닐지도 모르며 흘러나오는 빛의 근원을 따라 들어가면 또 다른 공간으로 진입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미로 같은 공간 속에서 어느 것이 진짜 출구인지 확신할 수 없어 다시금 고립되어 있다는 현실을 깨닫게 된다.

    콘크리트 큐브와 같은 도시인들의 건조한 거주 공간은 내 작업의 모티브를 제공한다. 외부의 창을 통해 목격되는 타인의 공간과 나의 물리적 공간의 풍경들을 조합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낸다. 개인적인 표현을 최소화하고 절제된 색을 사용한 면추상적 표현방식은 빛과 공간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다. 바라보는 시점에 따라 여러 각도로 표현된 기하학적 형태의 공간 속에 환영적 빛을 부여함으로써 착시 현상처럼 무한히 확장되기도 하고, 다시 반복되기도 한다.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느껴지는 심리적인 고립과 환영적 빛의 존재에 대한 상상을 동시에 담아내고자 하였다. - 민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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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 현대미술/ 서울시 종로구 창성동/ 미술품 전시 및 판매
2009/02/04 00:33 2009/02/04 0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