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s bios: Hayoung Kim / Eunjoo Lee / Jaewon Hwang
어떤 일의 기획이나 제안서를 쓰다 보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의 모습을 보여야 하기에 이미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앞으로 있을 전개의 모습을 가정하게 된다. 하지만 가정은 현실과 상황의 변화에 관하여 여러 각도로 예상을 하였다 하더라도 처음의 생각이 그대로 전개되지 않을 가능성을 충분히 갖고 있고 그러한 가능성은 빈번하게 현실의 모습이 되곤 한다. 설령 그 모습이 처음 출발이 되었던 방향으로 흘러갈지언정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그게 또 다른 모습으로 비쳐도 새삼 예외의 특별한 상황이기보다는 오히려 그럴 만하다라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기획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모든 일어난 일은 좀 더 큰 범주로 다가가면 어떤 형태로든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좋으면 좋은 선례로 나쁘면 나쁜 데로 피해 가야 할 사례로 남으니 성과 자체의 의미는 없다 할지라도 그 기획의 바탕이 되었던 일들이 사라지지 않으니, 좋은 재료로 만드는 요리가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식탁으로부터 가까운 곳에서의 출발이라 생각되는 이유이다. 그래서 저마다 자신의 생각을 담은 작업을 해 온 작가를 한 곳에 초대하여 새로운 방향의 제시로써 보이는 그룹전은 매번 그 기획이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결국 보이는 것은 오랜 시간을 두고 의미를 쌓아 온 작업의 이미지이니 사람들을 초대하여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그 의미를 찾다 보면 애써 무언가 담으려 하고 또 그렇게 보이기를 조바심하지 않아도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 가곤 한다. 그림을 벽에 걸고 입체를 이곳저곳으로 옮겨 가며 연출을 하는 전시의 설치도 다르지 않아 자연스럽게 전시로서 모인 작업이 매번 스스로 자신이 있어야 할 위치를 알려 준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것은 마치 우리 스스로가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상대의 견해에 납득을 하기도 하고 다른 의견으로 새로운 의미를 구하며 나아가는 세상의 모습과 닮아 있다는 생각에 닿는다. “이쪽을 조금 올려봐... 아니! 아니! 그쪽 말고 오른쪽 말이야. 오른쪽을 조금 올려봐.” 흔한 전시 설치 날의 모습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모두 언제나 같은 시선으로 한 곳을 바라보는 단면의 모습이 아니듯이, SPIRIT LEVEL이 전시를 찾아 함께 한 이들로 때로는 균형있는 동의의 관점으로 또 한편으로는 서로 다른 제각기의 경험으로 입체의 영감을 주고 받는 의미있는 시각이 되기를 바라며..., - 글: 김태윤 (옆집갤러리 디렉터) *** 어느 날, 주인공이 멋있어 들어간 영화에서 나온 내용인 것 같다.
SPIRIT LEVEL
진작 초대받은 전시였는데, 마지막 날 바삐 찾은 전시를 둘러 본 후, 전시장 한편 몇몇 작가가 모여 앉아 있는 곳에 함께 했다. 그들은 자신의 생각을 저마다 한 마디씩 말하며 서로의 작업에 관하여 묻기도 하고 전시 동안 누가 다녀갔는지 또 그들이 어떻게 말했는지 궁금해하였다. 가끔은 웃음보가 터지며 왁자지껄 떠들기도 했고, 때때로 엄숙한 분위기 속에 빠져들기도 했다. 조용히 차근차근 서로의 생각에 경청하기도 하고 진지하게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그들은 서로의 작업에 관하여 또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로서 그 의미에 관하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매번 어느 전시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모습이다. ‘자리가 파하면 함께 했던 이들은 다음 날, 혹은 며칠을 두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나누었던 대화를 생각하겠지...’ 때로는 일 년을 아니 그보다 더 긴 시간으로 그 생각을 녹여 의미를 부여할지도 모른다.
“이쪽...? 됐어?”
“아닌가? 왼쪽이! 내려갔나...?”
“됐어. 우리나 수평 보지. 누가 전시 보러 와서 그림보지 수평 보겠어?”
김하영 작가 작업노트
2014, Searching for Nirvana. 작업일지.
-아마데우
오직 너와 나만 존재하는 새로운 세계로 갈 거야.
난 책을 쓰고 너와 나만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를 창조할거야.
가능한 멀리 강을 따라 올라갈거야
과거로 그리고 미래로
마지막의 맨 처음으로
-마리아나
난 뭘하지
-아마데우
나랑 공유하면 돼
같은 공기, 같은 느낌, 같은 맛
이글은 어쩐지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 예전엔 뭔가 이유가 있어서 좋아 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냥 좋은 게 진짜 좋은 것 같다.
가끔,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조용히 생각 해 보곤 한다.
파랑색이 좋았었는데, 지금은 초록이 신비롭다. 다음엔 초록 연구
과거와 현재가 같을 수 없는 모양이다. 미래도 달라지겠지...
지난 날, 믿고 의지하던 것이 지금은 멈춰 있거나 사라져 가는 것이 많다.
많은 것이 사라지고, 여운조차 없다. 다만, 변함없이 시간이 흐른다.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회오리바람처럼 몰아치다가 갑자기 사라지곤 한다.
기억하려 애를 쓰다, 끄적 거리거나, 그려보기도 하지만 이내 다른 생각 들이 쏟아져 나온다. 지속적인 생각을 한다면 머리가 터져 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에 잊어버리는 것일까?
머릿속은 참 이상하다.
마음속은 더 이상하다.
많은 사람들과는 힘들겠지만 한,두명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좋겠다.
나와 같이 생각하고 느끼고, 공기와 바람의 향기, 초록빛 비밀을 나누며 그냥 좋았던 시절
아마도 너무 혼자 생각을 많이 하는 탓이리라.
그냥 좋아하면 안되는 모양이다.
삶의 큰 지혜나 경이는 깨우치지 못할 지라도, 조그맣게 라도 쉴 곳이 있으면 좋겠다.
누구나....잠시 쉬고 나면, 많은 것들이 달라 보이니까.
어린아이에게 물었다. ‘사람들 맘속 깊고 깊은 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이는 ‘욕구?’ 원초적 욕구가 있는 것 같다고 한다.
나는 우리맘속 깊고 깊은 아주 깊은 곳엔 소용돌이가 있는 것 같다.
자신도 어찌하지 못하는 소용돌이, 멈추지 못하는 거지.
죽기 전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