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갤러리는 2011년 세 번째 작가공모를 통해 선정된 12명의 작가를 <The New Faces at Next Door 2011>에서 1/2부로 나누어 소개합니다. 옆집갤러리는 2008년 10월 23일에 오픈하여 현재까지 30여 회 이상의 기획전으로 의미 있는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힘써 왔으며 앞으로도 작가, 컬렉터, 미술애호가, 평론가, 기획자 여러분과 공정하고 진지한 담론의 플랫폼이 되려는 처음의 목적을 계속 이어 가겠습니다.
김아름 작가는 놀이공간에서 체험한 유년의 공포증을 기억한다. 화려한 회전목마를 탄 아이는 수없이 많은 낯선 사람들 사이에 섞여 구경거리가 된 채 엄마와 떨어지는 연습을 처음으로 한다. 카메라를 들고 멀리서 지켜보는 엄마와 음악소리가 멈추기만을 기다리는 아이. 목마가 한 바퀴 돌아야 엄마 얼굴을 겨우 볼 수 있고 사람들 사이에서 엄마를 찾지 못하면 불안함에 다시 돌고 있는 한 바퀴는 길게 느껴진다. 이러한 유년 기억 속의 목마는 현실의 답답함을 그려내는 설정이 된다. 진정으로 열망하는 꿈은 취미가 되고 생존과 금전을 목적으로 직업을 선택해야만 하는 현대인에게 유년의 목마는 반복되는 일상의 억압과 허무함, 나아가 그러한 체제에서 느끼는 안락함의 모순까지 내포하는 것이다. *김아름 작가는 한남대학교 학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였으며, 현재 동대학교 대학원에 재학중이다.
김윤수 작가의 회화는 쉽게 보면 숫자추상이다. 일견 제스퍼 존스의 숫자 시리즈 같다. 0에서 9까지의 숫자는 짙은 바탕에서 밝은 톤으로 마치 디지털 코드를 들여다보는 듯 화면의 전면으로 부각되어 나온다. 전체적으로는 모노톤에 가깝다. 숫자는 인간 이성의 반영이자 추상적인 것의 정수이지만, 아울러 <어린 왕자>의 한 구절처럼 가장 극명하고도 물질적으로 사물의 가치를 환산시켜주는 단위가 된다. 어른들에게 “창가에는 제라늄이 예쁘게 핀 화분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가 들락거리는 예쁜 장밋빛 벽돌집을 보았어요” 라고 말하면 어른들은 그 집이 어떤 집인지 상상하지 못한다. “10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해야, 그들은 “와! 정말 멋진 집이겠구나!”라고 탄성을 지른다. 김윤수 작가의 숫자가 어떤 추상적 또는 회화적 의미를 구현할 수 있는지 주목해 본다. *김윤수 작가는 경원대학교 학부에서 회화를 전공하였으며, 갤러리 에스유에서 'Number'라는 제목으로 첫 개인전을 가졌다.
윤예제 작가의 회화는 풀숲을 들춰내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웅덩이와 우연히 마주하며 출발한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어둡고 습한 웅덩이에서 작가는 마치 자신이 그 한가운데 잠겨있는 듯한 심리적 안정을 찾는다. 이러한 발견은 늪이나 버려진 욕조, 갈대밭의 한 부분 등 잘 발견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이러한 외지고 고립된 장소를 촬영한 이미지가 회화의 바탕이 된다. 외지고 외로운 공간은 마음의 휴식과 위안이자 현실에서의 도피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때문에 윤예제의 작품은 구체적인 풍경의 묘사라기보다는 시적인 내적 풍경의 재현에 가깝고 캔버스에 유채이지만 마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배경으로 펼쳐지는 자연은 안개 낀 듯 뿌옇게 처리되어 무한한 공간으로 느끼게 하였다. *윤예제 작가는 중앙대학교 학부에서 서양화학과를 졸업하였으며 동대학교 대학원을 수료하였다.
최안나 작가는 “어떤 이미지를 만드는 것보다 그리는 경험을 갖는 것”이 작업의 근간이라고 말한 사이 톰블리(Cy Twombly)의 언급처럼, “회화를 위한 회화”라는 순수 회화의 개념 아래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와 컴포지션의 즉흥성을 실험한다. 작가는 점, 선, 면, 색의 기본요소를 가지고 이 요소들이 평면 안에서 만들 수 있는 조화와 충돌의 관계, 즉 새로운 컴포지션을 탐구한다. 무의식에서 의식적 형태를 끌어내는 최안나 작가의 추상은 우연, 필연, 무질서, 통제, 무의식, 구성, 자연스러움, 긴장, 즉흥, 직감, 인위 등의 다양한 구성을 실현한다. 밑그림, 사전계획, 지우는 과정 없이 그려지면서 하나의 점이나 선에서 시작한 구성은 다른 구성요소를 하나씩 이끌어 배치되면서 완성된다. 무의식에서 끌어내어진 점, 선들은 균형을 지향하고, 계산된 색면들은 재료를 다루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예상 밖의 가능성을 포함하는 것이다. 그림 자체는 어떤 특정 이미지를 그려내어 보이려는 것이 아니고, 사실적 묘사 역시 지양하면서 최안나 작가는 구성의 플레이를 한다. *최안나 작가는 중앙대학교에서 조소학과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공부하였고, 영국 런던의 첼시 칼리지 아트 앤 디자인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였다. 런던의 NO:ID 갤러리와 신한갤러리에서 2차례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최영록 작가는 골프, 테니스 등의 스포츠가 지닌 경쟁구도와 자본주의의 유사성에 관심을 가진다. 금메달리스트와 승자만이 기억되는 냉철한 스포츠의 경쟁구도가 마치 냉정한 현실과 닮아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민주화의 주역이지만 결국 자신의 지위를 견고히 구축해온 기성세대와 88세대로 대변되는 불안한 한국 젊은이의 초상이 테니스 코트에서는 숨가쁘게 공을 받아야만 하는 선수로, 골프장에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 필드에서 신기루와 같은 이상을 향해 한발씩 내딛어야 하는 선수로 그려진다. 일견 풍자적이고 비판적인 요소를 가미했음에도, 최영록 작가의 그림은 선명한 색채의 대조, 기하학적인 선, 면의 시원한 화면 분할과 그 위에 부각되는 인물의 동세, 공이나 골프채의 리듬있는 반복, 나무로 컷아웃되어 채색된 비행기 등으로 오히려 시각적으로는 유희적이고 경쾌하다. *최영록 작가는 한남대학교 학부에서 회화를 전공하였으며, 세종대학교 일반대학원을 수료하였다. 갤러리 진선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다. <옆집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