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갤러리는 2011년 세 번째 작가공모를 통해 선정된 12명의 작가를 <The New Faces at Next Door 2011>에서 1/2부로 나누어 소개합니다. 옆집갤러리는 2008년 10월 23일에 오픈하여 현재까지 30여 회 이상의 기획전으로 의미 있는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힘써 왔으며 앞으로도 작가, 컬렉터, 미술애호가, 평론가, 기획자 여러분과 공정하고 진지한 담론의 플랫폼이 되려는 처음의 목적을 계속 이어 가겠습니다.
문재일 작가는 “인간과 사회, 문명, 그리고 모든 것은 자연으로 사라진다.”라는 주제를 한지 위에 담채로 표현한다. 자동차, 비행기, 기차 등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문명기기의 이익은 이기적 인간의 충돌과 같은 폐해의 이면을 드러내면서 자연이라는 더 큰 구조 속에서 생명을 잃어가는 것이다. 자연에 묻힌, 멸망해가는 말 없는 문명의 역사를 작가는 고고학자와 같은 자세로 전달한다. 작가는 기계적 문명의 단점에 더욱 주목한다고 말하나, 그의 작품 속에서 소멸되며 내뿜는 묵시록적인 문명의 연기는 한국산수화에서 보이는 산을 감싸는 구름, 또는 안개가 되어 어떤 사색의 재료를 던지는 듯하다. *문재일 작가는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였으며, 갤러리 하루, 갤러리 소미, 시드 갤러리에서 3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작품이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및 서울시립미술관에 소장되었다.
박기현 작가는 도심 깊이 파고든 유흥의 문화가 약속하는 유토피아적 욕망의 실체에 관심을 가진다. 불야성을 이루는 간판과 취객, 길에 난무한 안마방 전단지와 화장 짙은 여인의 얼굴에서 작가는 “대상 없는 욕망”을 발견한다. 그 욕망이 끊임없이 재생된다는 것이 삶의 잔인함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완벽한 위로, 최상의 무릉도원, 은밀한 애정의 환상과 구원을 열망하지만, 실제 우리가 꿈꾸는 대상은 모두 실체가 없는 이미지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전단지에서 차용한 듯한 여인의 모습은 선정적이고 대담하기보다는, 종이 위에 담채로 표현되어 여리고 순수하게 느껴진다. *박기현 작가는 서울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였다.
유정진 작가는 죽음이란 모든 것의 소멸이 아닌, 단지 육체와 영혼이 분리하는 즉 영혼이 육체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과정라고 확신하며, 어둠은 살아있는 자에게 마음과 몸을 일치시키고 죽음과 탄생을 연결해주는 유일한 자유의 공간이 된다고 설정한다. 유정진 작가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지각, 의식, 감각 등을 검정색과 적색이 주조를 이루는 추상으로 시각화하고 있다. 너무 까맣지 않은 짙은 색과 너무 빨갛지 않은 붉은색은 어둠을 표현하기 위한 일종의 부호다. 다홍빛을 띈 붉은색은 부적의 붉은 글씨에서 영감을 받았고 어두운 감색은 어둠의 무한성과 그곳에서 우리가 지각할 수 없는 것, 즉 육체로부터 자유로운 영혼의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유정진 작가는 덕성여대, 런던 첼시 칼리지 및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칼리지에서 회화를 공부하였다.
이채영 작가의 작업은 낮과 다른 밤의 풍경에 중점을 둔다. 역동적이고 번잡한 낮의 정경은 밤거리에서 정지하고 고요하다. 눈에 보이는 것들이 사라지는 밤이 되면, 낮에 무심코 지나치던 특징 없는 장소들, 즉 좁은 골목이나 집으로 가는 동네의 풍경은 전혀 새로운 장소처럼 낯설고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이채영 작가는 먹이라는 단일한 재료를 통해 흑백의 색감으로 밤의 감상적이고 몽환적인 정서를 건드린다. 가로등이나 창문을 새어나온 전등빛이 도달하는 범위 안에서 계단과 담벽의 질감이 담채로 잘 드러난다면, 화면의 상당부분은 어두운 먹으로 처리되어 있음에도 그 속에서 건물과 사물은 어둠에 묻히지 않고 작가의 세밀한 관찰 아래 그 형태를 가늠할 수 있게 표현된다. *이채영 작가는 덕성여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였으며, 신한갤러리, 갤러리 도올에서 2번의 개인전을 가졌다.
임지민 작가의 작품은 ‘부재’에서 시작한다. 과거의 사진은 지금은 없는 이의 부재를 확인시켜주고 명확하게 해주는 증거가 되면서 작가는 자신이 간직한 과거 사진 속의 인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사진은 과거와 현재, 실재와 허상, 존재와 부재가 교차하는 지점에 놓여있다. 상실을 겪은 작가의 외로움, 불안의 정서에 반하여 사진 속 인물은 항상 안정되고 기록된 시간은 즐거움의 순간이다. 개인사적인 이미지와 회고적인 정서가 강한 임지민 작가의 작품은, 포토리얼리즘에 근거한 인물화와는 확연히 달리 인물과 사물은 작가의 관찰에 의해 따뜻한 난색으로 그려지면서 노스탤지어의 정서를 전달한다. *임지민 작가는 건국대학교 현대미술과에서 공부하였다.
전현선 작가는 이야기 전달의 가능성, 즉 내러티브의 구성을 회화의 범주 안에서 질문하고 있다. 화면 안에 배치된 대상들이 주고받는 시선과 위치에 따른 상호 관계가 어떤 모호함을 창출하면서 이야기를 형성하는 과정을 작업으로 옮긴다. 특히 작가는 어린 시절 읽은 동화에 주목한다. 동화는 인류의 집단적 기억이면서 우의적, 은유적, 환상적인 방법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는 규범적 의무를 부여하는 사회 장치이고, 동화가 취하는 서사구조에는 배경과 인물의 고정적 위치가 있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이 고정적이고 닫힌 요소를 회화를 통해서, 즉 인물과 사물을 회화 속에서 불평형 상태로 위치시키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명백한 사건의 일직선적인 진행이 아닌 사건의 전후를 보여주는 듯한 모호의 장치를 통해서 전현선 작가는 새로운 회화의 이야기를 만든다. *전현선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회화과에 재학중이다. - 옆집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