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bios: Nari Choi l Yuhee Choi
해가 기울고 어둠이 드리우는 시간이 되면, 달은 생각과 이상과 감성을 투영하는 거울이 된다. 처음부터 그랬다. 달은 신비를 엿보는 창이었고 세상 너머 상상으로 향하는 통로였다. 또한, 달은 자연의 재앙에 관한 두려움을 기대는 대상이었기에 부족을 이끌던 수장에게 위엄을 세울 수 있는 월식을 보였다. 달은 때로는 은밀하고도 부드러운 조언자였으며,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어둠의 모순을 정화하는 영험함의 구현이었다.
언제까지고 그럴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달은 기운을 잃고 지치고 말았다. 달은 더는 지혜와 풍요를 상징하던 빛이 아니다. 달이 아니라도 이제 밤은 너무나 많은 빛이 세상을 비추고 있다. 회색빛 콘크리트 숲을 휘감은 잿빛 하늘의 정막을 여기저기서 울려대는 자동차 경적 소리가 가르는 문명의 시대에도 태양이 낮을 주관하는 빛으로 아직껏 확고한 것과 대조적으로 달은 장롱 깊숙이 처박아 두었던 망가진 장난감을 꺼내 보는 어린아이의 추억과 같이 무력하게 녹슨 것이다.
오랜 시간을 달은 진리의 서사적인 기록을 담고 있었지만, 이제 달은 동경과 그리움을 가질 때만 지혜를 구하게 되는 선택이 되었다. 오직 물질과 권력으로 향한 광기와 욕망에 의한 변태적 정신의 노예가 된 현대인에게 은밀히 달로 향했던 지혜에 관한 구함은 이해할 수 없는 천착(穿鑿)에 의한 변태적 정신의 소산이 되고 만 것이다.
아무런 잘못 없이 늘 같은 곳에 있던 저 달을 까닭 없이 뻥 차고 싶은 심술을 갖게 된다. <옆집갤러리>
최나리 작가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한다. 그것은 일상에서 경험한 미각체험과 시각적 이미지가 결합하여 현대인의 다양한 모습들을 상징화시킨 것이다. 마요네즈와 토마토케첩 튜브에서 연상된 이미지가 남성과 여성이라는 상징적인 코드로 그림 속 이야기를 전개해나가고 있는데, 그들은 인간의 내면적 모습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하고 때로는 현대인의 일상과 욕망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최유희 작가는 캔버스의 표면을 덮으며 무한히 증식하는 이미지를 통해 현대인의 ‘위장된 삶’의 모습을 구현한다. 삶 속에서 당면하는 상황에 따라 태도가 변하는 인간의 모습처럼, 본질적인 현대인의 문제, 상처들을 철저히 감추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것은 위선적 질서에 대한 문제의식과 비판을 포함하여 현실을 드러내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최나리 최유희 작가 노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