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선이나 색채로 평면에 형상을 표현한 구상의 그림은 우리가 직접 경험하거나 지각하였던 경험과 재미를 되살리는 주술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이와 다르게 그림이 주는 또 다른 재미는 생각의 재료가 되는 성질이다. 일반적으로 회화는 평면 위에 색과 선, 면으로 형상을 이루는 것을 말하며, 그것은 꽃이나 풍경, 혹은 인물과 같은 구상의 모습을 담고 있을 수도 있고 점, 선, 면 그리고 이러한 요소의 복합된 모습인 비구상의 도형을 담고 있을 수도 있다. 도형은 문자가 회화로부터 떨어져 나와 또 다른 전달의 기능을 갖기 이전 선사시대로부터 지금까지 회화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는데, 반복적으로 그려진 선과 면 그리고 그 조합으로 추리되는 도형의 모습은 우리의 주변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사건과 경험 등에 대비되며, 생각의 재료가 될 수 있다.
김제나 작가의 그림에서 선과 면은 대담하고도 확고한 건축적 도형을 창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적인 건축물의 구상적인 표현이 아니라, 과장된 투시와 다시점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비현실적인 환영으로의 추상적 구성이다. 그것은 논리적인 사건이나 사물을 담고 있는 사실적인 공간의 묘사가 아닌, 불완전한 기억이 가진 모호한 시간이 간섭된 공간에 관한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제각기 다른 의미가 있는 특정한 사건을 담고 있는 공간이 서로 뒤섞이어 새로운 관계성을 맺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기억은 특정한 사건을 보관하기도 하지만, 반복해서 일어나는 우리의 주변을 일상이라는 그릇에 담아 특정한 날로 가지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연극에서의 무대는 우리의 일상과 특정 사건을 담고 있는 현실의 공간을 좀 더 객관화하여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임의의 공간이다. 우리는 무대 위의 배우가 보여주는 페르소나에 우리 자신을 동일시하여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하기도 하며, 현실에서 가지고 있는 불만족의 해소에 관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생각의 재료가 되는 그림의 역할도 이와 비슷하다. 영화나 연극을 보며 어떤 스토리에 빠져들고 재미를 느끼기까지는 약간의 도입과 그에 따른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의 재료가 되는 그림을 즐기기 위해서도 역시 우리의 직관의 힘에 기대어 그림을 즐길 수 있는 연습과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그것은 시각적 인지를 통한 사고의 유희의 마지막 단계일지도 모른다.
청소년기와 성년기를 미국에서 보낸 김제나 작가의 그림에는 현대 도시적인 다면체의 구성이 있으면서 동시에 동양적인 산수의 형상이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작가가 미국으로 건너가기 이전 유년의 감성과 가족에게서 전해 받은 한국적인 정의 감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물감이 얹혀지는 순서와 과정, 그리고 그 바탕이 되는 본연의 나무 질감과의 조화는 김제나 작가가 공간의 깊이를 연구하는 생각의 흐름을 보여준다.
* 김제나 작가는 미국 쿠퍼유니온과 예일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였다. 본 <The Last Stage>전은 작가의 네 번째 개인전이며 한국에서의 두 번째 개인전이다. 본 전시는 2011년 4월 27일(수)에 오픈하며, 4월 23일부터 옆집갤러리 윈도우 전시실에서 작가의 벽면 설치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 옆집갤러리>
Representational paintings that depict images on a flat surface using shapes and colors hold a shamanistic power to bring our memories to life, whether directly experienced or just perceived, and thus present a sense of fun to us. On the other hand, another pleasure that paintings allow us to experience is a kind of “material for thought.” Generally speaking, paintings are a composition of color, lines and planes on a flat ground; they can be of flowers, landscapes or figures that are representational and they can also be of dots, lines and planes that are non-representational. Geometric forms have been an important element in painting since the prehistoric age, long before letters were separated from the pictorial world and achieved their communicative function. Repeated lines and planes and their subsequent geometric forms can provide us food for thought in relation to occurrences and experiences repeatedly occurring in our daily lives.
The lines and planes in the paintings of Jena H. Kim construct audacious and solidified architectural forms. And yet, they are not a representation of realistic architecture but rather an abstract composition of a non-realistic vision with exaggerated and multiple perspectives; not a depiction of realistic space occupied by logical events and objects but a space that is entwined with the ambiguous time of incomplete memories. Kim’s paintings seem to be the place where different spaces with different meanings and events mingle with one another and by doing so create a new relationship. This is because memories involve specific events while at the same time we remember or register our repetitive surroundings in daily life as out-of-the-ordinary.
A theatrical stage is a virtual space, deliberately designed by objectifying the real space where daily life and specific events occur. We experience joy together with the persona that an actor plays on the stage. We also experience a sense of catharsis relieving our dissatisfaction with the real world. Likewise, paintings, as a material of thought, play a similar role. Watching a movie or a play, we have to go through a little bit of an introduction and give ourselves time to fall into the story and finally enjoy it. Similarly, to take pleasure in paintings that are the material of thought requires practice and a certain amount of time with the help of our intuition, which, perhaps, leads to the last and final stage of pleasure and of visual perception.
With her adolescence and adulthood spent in the US, Jena H. Kim depicts contemporary urbanscapes in her pictorial world, but we can also recognize very Asian landscape elements in her work. The blend is doubtlessly attributed to her innate sensibility from her upbringing and childhood in Korea before she moved to a foreign country. The order and process of how each layer of paint is added onto the surface and how the painted planes interplay with the untouched wooden ground reveal Kim’s flow of thought in her study of spatial depth.
*Jena H. Kim studied painting at Cooper Union School of Art and Science, New York and received her master degree from Yale School of Art, New Haven. The Last Stage opens on April 27 and runs through May 15, 2011. The process of her site-specific installation will be open to viewers from April 23 in Next Door Gallery’s window gallery. <Next Door Gall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