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abouts
_ photography by Sohee Kim



October 28 - November 15, 2009

Opening reception: 10. 28 (WED), 5-8pm

                                                                                                                  artist bio                                







 

소외된 익명성과 관계성을 가진 타자의 사이


- 김태윤 (옆집갤러리 디렉터)


예술은 역사의 어디쯤인가에 놓여 있으며, 동시대의 작가들은 미술사의 끝자락에서 현대미술이 가야 할 방향을 제각기 주장하고 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곳의 사이는, 두 세계의 중재자로서 작가가 위치한 영역이다. 작가는 보이지 않는 곳을 한순간에 보편성을 요구하는 세상으로 버젓이 옮겨 놓기도 하고, 보이는 곳에 속해 있는 것들 사이의 특수한 관계를 보다 은밀한 곳으로 슬그머니 분류해 놓기도 한다.

       
김소희는 자살을 주제로 한 <Why> 시리즈로 첫 개인전을 가졌다. 자살이란 의도된 생의 마감으로, 그 섬뜩하고도 우울한 현장이 누군가에게 발견될 때까지 쓸쓸한 익명성에 가려져 있다. 연속된 시간 위에서 생에 관해 무력한 지위를 가진 인간은 자살을 언급해서는 안 될 금기의 영역에 둘 수밖에 없으나, 김소희는 이 그로테스크한 자살의 상황들을 리서치하고 자신을 대리체험자로서 모의자살로 내모는 셀프 포트레이트의 방법으로써 자살에 관한 소통을 구하고 있다. 그것은 ‘보편성을 요구하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암묵적인 예외의 상황’으로의 예술에 대한 기대를 담보로 하며, 김소희가 보여주는 진지하고도 초현실적인 흑백의 이미지들은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었다.


<Why> 시리즈가 익명성에 속해 있는 상황을 작가 자신을 내세워 관계성을 가진 타자의 위치로 이끌었다면, 이어지는 연속선에 놓여 있는 김소희의 후속작업 <Wings of Desire>는 타자로서의 <Why>가 갖고 있는 각각의 자살 상황의 합일된 대표자로서의 천사를 만들어 내었다. 즉, <Wings of Desire>에 등장한 천사는 <Why> 시리즈의 타자의 개별적 상황을 자기화하여 기억하고 있는 개체가 보여주는 경험의 시간이다. 영원한 시간을 지배하는 신의 세계에 속하지 못하고 지상으로 내려와 현실의 일상에 속해 있으나 다른 사람과 관계성을 이룰 수 없어 결국 또 다시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천사의 이미지는 트루컬러 이전 70년대의 조악한 컬러텔레비전에서 보이는 아날로그의 색으로 만들어져 삶과 죽음이 무한히 반복되는 판타지를 보여준다.

       

<Whereabouts 展>은 김소희의 <Why> 와 <Wings of Desire> 두 시리즈를 하나의 작업 선상에서 조명하고자 기획되었다. 특히, <옆집갤러리>와 함께 전시가 진행될 (주)메타로그의 <통의동 보안여관>은 일제 강점기 때 지어진 건물로서 사료적 가치가 깊은 곳이다. 건축가 알도로시(Aldo Rossi, 1931∼1997)는 지형과 장소에 대한 기억과 흔적을 통해 도시가 이루어지며, 기능과 효용 가치를 상실한 역사적 건축물 역시 기념물로서 자신이 함께한 시간을 기억하고 있는 유기체와 같다고 말한다.  보안여관은 1936에 장기 투숙했던 시인 서정주가 김동리, 함형수, 김달진 등의 문학청년들과 모여 문예동인지 <시인부락>을 발간한 곳이다. 이후 보안여관은 군사정권 시절에 청와대 직원들의 숙소와 경호원 가족의 면회 장소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통의동 보안여관>은 자신과 함께한 시간에 순응하는, 아니 그 시간을 포용하는 유기체이다.


이번 <Whereabouts 展>이, 의도된 생의 마감, 즉 자살로부터 출발한 김소희의 이미지 간섭을 통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곳 사이에서 발생하는 대치에 대하여 입장의 반전을 통한 화해를 보여주기를
기대하며, 또한 개인이 가진 문제에서 출발한 사고의 발상이 타자를 통해 객관적인 일반성을 획득하게 된 후, 사회 문화적인 제시로서 예술이 가져야 하는 역할을
생각하게 하는 어디쯤에 놓여 있었으면 한다. <옆집갤러리> 
 

기    획:   옆집갤러리
후    원:   (주) 메타로그 아트 서비스
전시실1:  옆집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창성동 122-8)  
전시실2:  통의동 보안여관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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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Door Gallery 옆집갤러리

갤러리 / 현대미술/ 서울시 종로구 창성동/ 미술품 전시 및 판매
2009/10/12 21:36 2009/10/12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