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집 갤 러 리 는 첫 번째 작가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작가 중 강 승 희, 노 정 희, 오 영, 이 선 진, 채 경, 최 희 승, 여섯 작가의 작품을 <The New Faces at Next Door _ Part II>에서 프리뷰 합니다. 옆 집 갤 러 리 는 2008년 10월에 오픈하여 다양한 기획전으로 의미 있는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힘써 왔으며 앞으로도 작가, 기획자, 평론가, 미술애호가 여러분과 공정하고 진지한 담론의 플랫폼이 되려는 처음의 목적을 계속 이어 가겠습니다. *
강 승 희 작가 (회화, 설치)는 현대 사회의 소음, 속도, 혼란과 미디어에 광분한 현대의 단상을 선명한 색채와 카툰 같은 드로잉 구성을 통해 화면을 가득 메운다. 즉, 작가는 무질서하게 방대한 정보들을 스폰지처럼 한 번에 압축해서 흡수해, 해학적이면서도 악마 같이 사악한 느낌으로 거침없이 그것을 표현해 내는 것이다. 여기서 작가는 사회적인 상징들과 구조, 인간 행동에서 정보를 모아 그것을 예술작품으로 승화하는 기록자이자 동시에 현대사회라는 리얼리티 쇼에 적극 참여하고 희생되는 존재가 된다. (Dean Kenning의 평론글 요약) *강승희 작가는 영국 골드스미스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과 영국에서 6번의 개인전을 가졌고, 작품이 블룸버그 스페이스 (런던), 살롱 갤러리 (런던), 성주어패럴 MCM (서울)에 소장되었다. 또한 10월 22일부터는 프랑스 피악 (FIAC) 아트페어를 통해 파리 루브르 (Louvre) 등에서도 작업이 소개된다.
노 정 희 작가 (회화)는 ‘사람들’을 주제로 작업한다. 여기서 사람들은 구체적이거나 사실적이라기보다는 추상적인 형상의 색과 면으로 이루어진 풍경의 한 장면으로 그려진다. 유화를 두껍게 올린 표면 위에 한국화적인 선묘기법 같은 한 획의 드로잉 선으로 인물을 표현하고 드로잉의 홈 안에 다른 색채를 채워 넣거나 덧바르는 판화적인 기법을 사용한다. 작가의 화면에서 인물은 익명성을 내포하면서 자연에 반해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않는 현대인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존재의 의미에서 작가는 사실이 현실인가, 현실은 사실인가 하는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노정희 작가는 중앙대학교 학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였고, 런던 첼시 컬리지 오브 아트 앤 디자인에서 순수회화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오 영 작가 (회화)는 인물 군상을 그린다. 기묘한 공간에 놓여있는, 불안정한, 종종 신체가 절단된 인물들은 대부분 생각을 읽을 수 없는 무심한 얼굴을 하고 있다. 마치 기억 속에서 불쑥불쑥 차오르는 기억의 파편들을 모아 짜깁기한 듯한 그들 무리는 기이한 부조화의 만물상이 된다. *오영 작가는 이화여대 학부와 독일 브레멘 예술대학교에서 석사 및 마이스터 쉴러 과정에서 회화를 전공하였으며, 한국과 독일에서 8번의 개인전을 가졌다.
이 선 진 작가 (회화, 조각)는 신윤복의 원화를 차용한다. 이로써 원전의 지평과 차용된 지평, 미술사적인 권위를 부여받은 객관적인 지평과 작가의 주관적인 지평, 과거의 습속과 현재의 해석이 서로 스며들고 삼투되고 융합된다. 작가는 신윤복의 원화를 전통적인 한국화법의 순서대로 먹그림과 엷은 채색 그리고 짙은 채색으로 따로 분절시켜 견 위에 그린 후에 이를 투명한 에폭시 층 사이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중첩시킴으로써 입체적인 그림을 형성한다. 이로써 먹그림의 주요 과제 중 하나인 습윤한 기운을 불러일으키는 인공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고충환의 평론글 요약) *이선진 작가는 덕성여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동양화, 미국 메사츄세스 대학원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였다. 4번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채 경 작가 (사진, 설치)의 메타모포시스(metamorphosis, 변형) 시리즈는 마오딴 또는 곤계란에 얽힌 작가의 어린시절 공포스런 기억에서 시작한다. 작은 생명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출발한 이 작업은 엑스레이를 통해 들여다본, 원형의 껍질 안에서 움터가는 생명에 대한 경이감과 그로테스크함을 동시에 담고 있다. 밤하늘의 달을 보며 각자의 상상을 펼치듯, 작가에게 밤하늘이란, 창조와 소멸이 거듭하는 생명체들의 집합이다. 여기에 죽음이 예견된 삶을 준비하는 곤계란의 이미지를 중첩하는 작가의 작품은 이중의 감정을 유도하고 있다. *채경 작가는 중앙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하였으며, 한국과 싱가포르에서 4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최 희 승 작가 (회화)의 표면(surface) 시리즈는 물과 ‘살’ ‘껍데기’ ‘표면’을 상징하는 책 또는 동물의 가죽을 소재로 삼는다. 여기서 물이란 그 자체로서는 무(無)이지만 다른 무언가와 접촉함으로써 자신의 형태를 생성하는, 의미의 비가시성을 상징하며, 표면인 책은 본질을 향한 통로로서, 의미를 가시성의 세계로 이끈다. 수면은 이러한 가시성과 비가시성이 안착되는 결합의 지점이며 교차의 순간이 된다. 최희승의 회화에서 잔잔한 수면과 그 위에 도식적으로 떠있는 사물은 우리의 일상에 대해 직설적인 대답을 주지는 않지만, 어떤 잠재된 기억 혹은 무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듯하다. *최희승 작가는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였다. <옆집갤러리>